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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대표작 <불이선란도>는 난초에 대한 시각적 재현이라기보다는 서예적
필묵의 운용이 만들어낸 독특한 묵란도이다. <불이선란도>는 그림보다 글씨의
비중이 더 많다. 제발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쓰였으며,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와
방식, 그림의 주인이 바뀌게 된 사연을 알려준다. 특히 제발은 그 위치와 글자의
진행방향을 그림의 전체적 균형에 어긋나지 않게 적절히 안배하였는데,
이는 김정희의 뛰어난 공간 구성능력을 보여준다. 서체의 특징과 제발의
등장인물들로 보아 과천시절 작품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 봉은사(奉恩寺)의 판전에 걸려 있는 현판이다. 보통 불경 등의 경판을 보관하는 전각을 대장각, 장경각이라
부르는데, 유독 이곳만은 ‘판전’이라 부른다. 봉은사 판전은 1856년(철종7년) 남호(南湖) 영기 (永奇) 스님이 조성한
80권 본 화엄경소(華嚴經疏)를 봉안하기 위해 지었다. 이때 남호 스님의 부탁으로 쓴 것이 〈판전〉 이란 편액이다.
추사 돌아가시기 3일전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점의 속된 기운이나 일호(一毫)의 기교도 없어 항상 대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작품이다. ‘고졸(古拙)’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글씨로서, 추사가 이 세상에 유언 같이 써 놓고 간
글씨다. 추사도 이〈판전〉과〈狎鷗亭 압구정〉 이 자신이 쓴 편액 중에 스스로 잘 썼다고 말했다.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

이것은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 된다. 비록 허리춤에 말(斗)만큼 큰 황금
인(黃金印)을 차고, 먹는 것이 사방 한길이나 차려지고 시첩(侍妾)이 수백 명
있다 하더라도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행농(杏農)을
위해 쓴다. 칠십일과(七十一果)

만수기화천포약(万樹琪花千圃葯)
일장수죽반상서(一莊修竹半牀書)

만 그루 기이한 꽃 천 이랑 작약 밭,
한 둘레 시누대 반 쌓인 상(책상) 위 책.

영의정 권돈인(權敦仁)의 부탁에 응해 써 드리니 대방가(大方家 학문이나 문장이
뛰어난 사람)는 이를 바로 잡으십시오. 과산(果山) 김정희